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다. 하마나코와 태평양을 마주 한마 이사카는 근해 어업의 기지이기도 하다. 먼바다로 출동하는 어선 소리가 한창 요란하다. 7월 초 해수욕장 개장을 알리는 불꽃 축제가 끝나자마자 해수욕이며 조개 줍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밀려든다. 사람들의 밝고 톡톡 튀어 오르는 웃음소리들을 뒤로하고 나는 여름방학 일거리에 파묻힌다.
선생님의 여름 방학
이웃 사람들에게 "선생님은 여름 방학이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지만, 사실은 여름 방학에도 매일 학교에 출근하고 꽤 바쁜 나날이 이어진다. 이번 방학 동안에 내가 할 일은 특별 활동 지도와 9월부터 시작될 수업의 지도안 작성, 그리고 7일간에 결친 초임자 연수를 받는 것. 이번 연수의 주제는 학생 지도이다.
1년 차 교사들과 베테랑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 그룹으로 나누어서 카운슬러-조언자 역과 클라이언트-상담자 역을 맡아 카운슬링 마인드 남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마음을 익히는 게 중심 내용이다. 카운슬링 공부를 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는 건 잘 하지만, 말하는사람이 어떤 고민에 빠져 있는지 단번에 파악하는 힘이 아직도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상대방의 괴로움을 짚어낼 수 있을까. 말의 뒷면을 읽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카운슬링 마인드
지금은 부담임이지만 막상 정식으로 학급 담임을 맡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카운슬링 마인드를 발휘해야 할 문제가 많이 생길 텐데.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게 카운슬링 일이구나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힘들다는 엄살을 조금 피워봤지만, 방학은 역시 방학이다.
총명한 정신을 키우고 나 자신을 가득 채우기 위해 바쁜중에서도 어떻게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교사가 된 뒤로 책을 읽을 틈이 거의 없었다. 교과 연구에 관련된 책은 제법 읽었지만,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나 자신을 키워줄 책은 읽지 못했다.
우선 대학에서 배운 교육 철학에 대한 책은 꼭 한권읽고싶다. 훌륭한 소설책과도 만나고 싶다. 그중에서도 보편적인 진리가 가득히 담겨 있을 것 같은 책이 특히 좋다. 고등학생 때는 독일의 동화 작가 미카엘 엔데의 모모에 푹 빠졌었다. 시간 도둑과 이상한 소녀 모모의 이야기 속에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가득 담겨 있었다.
동화 형식이지만 심원한 철학을 감춰둔 걸작이었다. 학교도서실에서 나는 점자로 번역된 모모를 열심히도 읽었다. 이야기 속에서 유영할 때 나는 행복하다. 글자를 따라 차례차례 마음속에 이미지를 그려가며 나는 주인공과 함께 행동한다. 이야기 속에서 나는 엄청난 위기를 뛰어넘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을 더듬어 해결의 문을 찾아낸다. 추리하고 또 상상한다.
책 속에서 하는 유영
그리고 꿈을 향한, 이상을 향한 비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같은 영상과는 달리 책을 읽을 때는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인 움직임이 있다. 나 스스로 키워나간다는 기막힌 맛이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의지로 책의 첫 장을 펼치지 않고서는 이야기 속에 들어갈 수도 없다. 또한 일단 이야기의 바다에 풍명 뛰어들었다 해도 스스료의 힘으로 헤쳐나가지 않고서는 목적지까지 가 닿을 수 없다.
한 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났을 때의 감동은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으리라. 어린 시절, 그리고 청소년기에 보다 많은 책, 보다 뛰어난책을 만나본 사람은 풍성한 감수성과 윤택한 상상력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곤 한다. 이번 여름 방학에 모모처럼 감동적인 책을 점자나 녹음도서, 전자 텍스트들 속에서 골라 도서관을 통해 꼭 빌려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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