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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정보들

성적 평가를 내리며 복잡한 심정

기말 시험이 끝나고 1학기 성적을 내는 시기가 되었다. 이제까지 성적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 성적을 매기는 입장으로 바뀌니 정말 복잡한 심정이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을 평가할 만한 사람이 못 되는데 이런 내가 남의 성적을 매겨도 정말 괜찮은 건가?"

 

학교라는 교육 현장

그렇지만, 학교라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돌봐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어떤 식으로든 확인할 필요가있다. 지도 내용을 반성하기 위해서라도 성과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시험이 없다면 그냥 무턱대고 진행하는 꼴이 되고 만다.

 

학교에서 보내는 나날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한 결과를 확인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라고할 수 있다. 정기 시험도 그중의 한 과정이다. 한 학기 동안 쌓아온 노력의 확인과 반성을 종합하여 점수를 매기는 것이 성적표다.

 

법률상으로는 학교에서 반드시 성적표를 만들어야 한다는조례는 없다. 오히려 법률적인 의미보다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주신 부모님들께 대한 보고라는 의미가 더 큰 것 아닐까. 형식 역시 각 학교마다 독자적으로 정해도 된다. 그리고 평가는 반드시 숫자가 아니라 모조리 문장 형식으로 해도 무방하다.

 

단, 고등학교에 제출하는 내신성적표는 현에서 정해준 형식에 따라 숫자로 기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성적표도 숫자로 기입하는 경우가 많은 게 일반적이다. 나는 학생들이 쓴 글씨를 읽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채점은하지 않고 수업 결과에 바탕을 둔 평가를 주로 하고 있다.

학교전경
학교전경

 

시험 점수와 수업평가

그것을 팀 티칭 파트너인 나카무라 선생님과 맞춰보고 서로의 견해 차이나 놓친 부분 등을 보완해나간다. 시험 점수와 수업 평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든 성적을 받는 입장에 선 학생들이 이번 평가를 자신이 그 교파 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 다음 시험 때 참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1학년으로서는 처음 치르는 기말시험이었기 때문에 시간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고생한 학생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열심히 공부해준 편이고 성적도 제법 잘 나왔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시험 직후의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답을 맞혀보았다. 시험 결과를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다. 예상했던 점수를 얻어낸 학생과 예상 밖이었던 학생 등, 희비가 엇갈렸다.

 

시험 결과를 분석해보면서,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이 반에따라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반마다 완전히 똑같은 수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어귀 설명만이라도 철저하게 동일한 수업을 만들어가야겠다. 수업 시간이 재미있다고 시험 점수가 잘 나오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생각에 빠져 복도를 걷다가 앉아있던 학생과 부딪치고 말았다. 나도 아팠지만 학생도 지독히 아팠을 것이다. 미안하다. 

 

학용품이미지
학용품

졸고 싶어도 졸 수 없는 수업

4월에 시작된 교사 생활이 벌써 석달 반이나 지났다.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학교 일 말고는 무슨 일을 했지요?" "아무것도!" 학교에 가 있거나 아니면 집에 돌아와 자거나, 아무튼 학교와 집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보니 어느새 한 학기가 다 지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정말 충실한 시간들이었다. 수업도, 특별활동도. 교사란 힘들지만 보람 또한 큰 일이라고 전부터 생각은했지만, 막상 해보니 사실이 그랬다. 몹시 고대하던 직업을 갖고 보니 나 스스로도 맡은 일을 해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 참으로 많아 마음속으로 항상 흡족하다.

 

물론, 찔쩔매기도 하고 실패도 하고 불안했던 일도 많았다. 그러나 자화자찬 같지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통과해냈다는 기쁨이 더 많았던 게 무엇보다 큰 구원이다. 교직을 갖게 된 뒤로 그동안 예상했던 것과 실제 학교 현장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고, 따라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 때문에 고생한 일은 거의 없었다.

 

수업을 받는 입장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깨닫는 것은 나 자신이 이전에 배운 그대로 학생들에게일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계속하면 큰 힘이 된다. 하루하루 씩씩하고 끈기 있게 계속해 나가자." 그렇게 곧이곧대로 잔소리를 하는데 사실은 그건 내가 항상 듣고 자란 말이다.

 

"하루에 몇 시간은 반드시 공부를 해야 돼." 이 말 역시, 내가 그 말을 그대로 지켰는가 아닌가는 별도로 하고, 곧잘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어린 시절에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일러주신 말이 진실이었구나. 선생님의 바람이나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 역시 똑같은 말을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학습하고있는 어린이
학습중인 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