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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정보들

수업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방식들

이번 1학기 동안 반성해야 할 일이 많다. 수업에 있이서도 좀더 적절한 지도를 수시로 행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팀 티칭 수업이 원치이기는 하지만 때로 혼자서 수업을 해야 할 매 칠판에 필기하는 일, 학생들의 수업 태도 파악 등정말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강의 형식의 수업방식

수업 중에 학생 전원이 교실에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기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과 한마디씩이라도 말을 나누이야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강의 형식의 수업으로는 학생이 소리 없이 교실에서 나가버려도 나는 그걸 알 수가 없다.
이번 학기에 저지른 가장 큰 실패는 혼자서 수업을 했을때 시간을 잘못 알고 5분이나 일찍 수업을 끝내버렸던 일.특히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일은 수업을 하다 그만 감정적이 되어 큰소리로 꾸짖은 것.

 

학생들을 이성적으로 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학생들에게 주의를 줄 때는 그것이 꼭 필요한 주의인지 판단할수 있는 냉정함이 필요하건만, 이런 초보 선생인데도 학생들이 한번도 반발하지 않고 착실하게 수업을 받아주었으니 정말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특별 활동 시간에 수영장 가에 서서 지도하는 것보다 합께물 속에 뛰어들어 일러주는 게 학생들과의 거리가 훨씬 가까위진다는 걸 느꼈는데,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사인 내가 의욕이 없으면 반드시 그게 곧바로 학생들에게 전해진다는 것. 정말 신기하리 만큼 고스란히 전해지곤했다. 내 쪽에서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말을 붙여주면학생들의 마음도 부드럽게 풀려서 즐겁게 응해주었다.

 

어느 날 종례 시간에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 나의 고등학교 (맹학교 고등부 시절) 때 친구 하나가 육상경기를 마치고 난 자리에서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 돌발성기흉이라는 병이 원인이었다. 소중한 친구의 죽음. 그때 나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었다. 죽음에 이르도록 달리고 또 달린 소중한 친구의 죽음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 친구가 넘겨준 생명의 릴레이 배턴을 꽉 움켜쥐고친구 몫까지 열심히 살아내는 용기를 갖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 끝에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젖었다. 아이들도 조용하게 들어주었다. 아이들이 평소보다 진지하게 나를 바라본다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본심에서우러나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다.

 

이번 한 학기 동안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름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첫 번째로 부딪친 난관이었는데, 지금은 내가담당한 1학년 학생은 물론이고 수영부 아이들과 다른 학년 학생들의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여유만만해졌다. "역시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있구나." 그런 실감이 든다.

 

가장 기뻤던 일은 소리내어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전혀 수업을 진행해나갈 수 없는 나를 위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해준 것이다. "선생님 수업은 졸고 싶어도 졸 수 없는 수업이에요." 학생 하나가 내 수업에 대해 그런 감상을 들려주었다. 정말 기분 좋은 지적이었다.

스쿨존
스쿨존

교사와 학생의 교환 일기

내가 몸담은 마이사카 중학교에서는 전교생이 한 권씩 (빛나는 노트>라는 이름의 공책을 가지고 있다. 예정표와 일기장을 합한 형태의 공책인데, 매일 아침 담임 선생님께 제출하면 끝나는 시간까지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내가 학생으로 이 학교에 다닐 때도 <빛나는 노트>가 있었으니까 최소한 10년 넘게 이 행사가 이어지는 셈이다.

 

우리 반 학생들이 내준 빛나는 노트를 상근 교사인 다카야나기 선생님께서 매일 빠짐없이 소리내어 읽어주신다. 날마다 그걸 듣는 게 내게는 너무나 큰 즐거움이다. 수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해서 괴로움에 빠져 있을때, 아무렇지도 않게 적어준 학생의 한 마디 말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출장을 가느라 이틀 정도 학교를 떠났을 때.초임자 연수 과정 중의 하나로 현립 서부 양호학교를 견학하리갔었다. 양호학교 견학은 처음이라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학교에 없는 동안 어느 학생이 선생님이 안계시니까 쓸쓸하다. 고 빛나는 노트에 적어놓은 것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스쿨버스
스쿨버스

학생이 해준 단 한 마디가 내게 용기를 준다.

일 학기 중간쯤부터 자원봉사부 학생들이 빛나는 노트의 일기 부분을 점자로 써서 내게 가져오게 되었다. 자원봉사부는 몇 년 전에 생긴 부서인데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두 스무 명 정도. 노인 복지시설이나 보육시설을 방문하기도 하고, 학교 내외의 청소활동을 하거나 점자를 배우기도 한다.

 

점자는 아무나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점자를 제대로 썼는지 확인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열심히배워도 엉터리로 쓰기가 쉽다. 그래서 내가 자원봉사부 학생들이 점자로 써온 빛나는노트를 읽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기도 하고 점자 답장을써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자원봉사부 아이들이 나와 점자로 된 빛나는노트를 교환하게 된 걸 좋아하는 눈치인 것 같아서 그게 또나에게는 너무나 기쁜 일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까지 나는 점자라교는 구경도 못했었다. 츠쿠바 대학 부속맹학교에 입학하고나서야 점자라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손으로 더듬어가며 점자를 외우기란 정말 힘겨운 일이었지만, 일단 익히고나니 점자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되는 보물이었다. 청각장애자가 수화라는 말을 가지고 있듯이, 시각장애자에게 있어 점자는 그야말로 암흑 속의 빛이었다. 점자를 익힌 덕분에 점자로 번역된 많은 책을 읽고 즐길수 있었고, 선생님의 수업도 점자 노트로 기록할 수 있었다.공공 시설에 반드시 비치되어 있는 점자로 된 안내서도 앞이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고마운 물건이다.

 

자원봉사부 부원들의 점자로 된 빛나는 노트 일기는 대개 금요일에 나에게 제출된다. 수업에 대한 이야기, 특별 활동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일.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 안에 적혀 있다. 나는 부담임으로서 1학년 4반을 맡고 있지만,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기껏 학급 활동과 급식 시간 정도뿐이다.

 

사회 수업 시간에 우리 반 아이들 모두와 말을 나눠보려고애는 쓰지만 아무래도 시간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아이 한 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괴로움이 있는기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원봉사부 부원들의 점자 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이 아이는 이런 아이구나. 지금 이런 생각들을 하고있구나." 내게 정말 큰 도움이었다. 내가 맡은 사회과는 1학년 학생들이기 때문에 2, 3학년과는 직접 마주 대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점자로 된 빛나는 노트를 교환하면서 1학년생 이외의 학생들 이름을 외울수 있었다. 교사는 누구라도 학생에 대한 것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 나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내가 접할 수 있는갖가지 정보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학생을 받아들일 준비에 매일 힘을 기울인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과 조금이라도가까워지고 싶은 것이다.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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