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하는 수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문자로 나타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년에 한번, 올림픽이 열리는 같은 해에 같은 대회장에서갖가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의한 또 하나의 스포츠 제전,패럴림픽이 열린다.
패럴림픽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패럴림픽을주목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패럴림픽의 B1(전맹부)에 처음으로 참가한 것은 1992년 9월 3일부터 시작된 바르셀로나패럴림픽 때였다. 마이사카 중학교 3학년 때 완전히 시력을 잃고서도 나는부모님과 선생님,친구들의 지원으로 수영을 포기하지 않고계속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하마나 지역 중학 수영대회에서 배영 100미터 3위, 그 뒤에 이어진 시즈오카 현 서부대회에서 7위의 성적을 올리고 현 대회에서는 결승까지 남을 수 있었다. 정말 기뻤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수영을 할 수 있다. 그 사실도 기뻤지만, 장애를 안고 일반 아이들과 당당히경쟁해서 더 빠른 기록을 낼 수 있었다는 데 대해, 나는 조금 과장하자면 살아갈 자신을 움켜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공부도 더 열심히 집중해서 노력할 수 있었다.
장애가 있더라도, 아니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것을발판으로 삼아 꿈을 향한 도전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해도좋으리라. 츠쿠바 대학 부속맹학교에 진학해서는 수영부에 가입해데라니시 마사토 선생님을 만났다. 그런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수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데라니시 선생님이 준비하신 특별 지시봉 덕분에 기록을훨씬 단축시킬 수 있었다. 특별 지시봉이란 턴을 할 때 선수의 머리를 툭 때려 알려주는 것. 이 지시봉 덕분에 벽에 머리를 들이박을 걱정 없이 전력을 다해 질주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바르셀로나에서 100미터 자유형 1분 1초 8로2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은메달을 손에 쥐었을 때의 감격은정말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세계 2위였다. 1위의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 또한 컸다.
와세다 대학 시절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입학한 와세다 대학 교육학부2학년 때, 대학 수영부 선배인 후지모토 다카히로 씨를 만났다.
후지모토 씨는 400미터 개인 계주의 일본 기록 보유자. 서을 올림픽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일본 대표선수로 출전했었다.
와세다 대학에서 처음 후지모토 씨를 만났을 때 나는 이렇게 인사했다.
"올림픽에서 정말 멋있던데요?" 후지모토 씨는 패럴림픽 세계 2위였던 내게 같은 수영선수로서의 경의를 표해주었다. "자네도 바르셀로나에 참가했잖아?" 나를 대학의 정규 수영부에서 연습할 수 있게 해주었고,지속적인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도 후지모토 씨였다. “우리 함께 아틀란타를 목표로 열심히 해보자구.”
그리고 대학 3학년이 되면서 아틀란타 올림픽 대표 선수선발전에서 보여준 후지모토 씨의 선전에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결승 레이스 전에 후지모토 씨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가와이, 잘 지켜봐줘." 후지모토 씨는 그때 이미 현역에서 물러난 일반 사회인이었다. 그런데도 올림픽을 목표로 도전한 것이었다.
후지모토 씨는 그때 선발 레이스에서 대표로 뽑히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현역에서 물러나더라도 열심히 수영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말 그토록 감동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그때 나도 후지모토 씨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후지모토 씨,데라니시 선생님의 그러한 뜨거운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틀란타 패럴림픽 100미터 자유형에서마침내 우승할 수 있었다. 패럴림픽은 나의 자기 표현을 위한 최고의 무대였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100미터 자유형! 수영 시간은 겨우 1분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 1분 동안 나는 온 힘을 다해 물을 가르고 헤엄친다. 그리고 그 수영을통해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나는 이런 인간입니다." 내가 하는 경기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끼리 겨루는 것이라서 어떤 의미에서든 작전이라고는 전혀 없다.
상대가 어떻게 헤엄치는지 살펴가며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자기 자신과의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참가한 선수 모두가 똑바로 헤엄을 치지 못할뿐더러 모두 똑같이 수영장 벽을 볼 수도 없다. 이게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1미터나 더 가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통해 나는 수영이란 운동이 인생의 어려움을그대로 드러내주는 경기라는 걸 배웠다. "인간은 누구라도 꿈을 향해 똑바로 걸을 수는 없다." 내 경기 모습을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주면 나는 정말 기쁘겠다. 똑바르게 헤엄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수없이 코스를수정해가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 내게 있어 수영 경기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자기 표현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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