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고, 7일부터 9일까지 1학년 150명에 대한 이동 교실 행사를 치렀다. 첫날은 동물 보호구역 담당자분을 강사로 초빙하여 붉은 바다거북의 산란지와 제비갈매기의 서식지를 견학했다. 학교에서 백 미터쯤 가다 보면 조그만 모래언덕 같은 해안이 나선다.
모래 속에서 부화한 거북
눈앞은 태평양. 해마다 5월이 끝나갈 즈음이 되면 아득한엔슈나다, 바다 쪽에서 붉은 바다거북들이 산란을 위해 이 해안으로 찾아온다. 상륙한 어미 거북들은 50센티미터 깊이로 구멍을 파고 그 속에 100개 남짓 되는 알을 낳는다. 이윽고 모래 속에서 부화한 아기 거북들은 모래를 헤치고 기어 나와 분능적으로 일제히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동물 보호구역 담당자들과 마을 주민들의 노력에 의해 이해안에 자동차의 출입이 일절 금지되었다. 덕분에 바다거북의 알과 새끼 거북들이 위험에 빠지는 일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붉은 바다거북의 서식지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서 어렵사리 태어난 새끼 거북들이 바다에 가 닿기 도전에 짓밟히거나, 자동차 바퀴 자국에 빠져 다시 기어오르지 못한 채 죽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동물 보호구역 담당자의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학생들과 함께 나 또한 자연보호의 소중함을 새삼 배울 수 있었다. 이 해안에는 제비갈매기도 많이 날아온다. 제비갈매기는 물떼새 목의 바닷새, 몸길이는 28센티미터 정도, 등 쪽은 엷은 회색이고 배는 하얗다. 검은 머리에 제비와 비슷한 꼬리를 가졌는데, 여름에 남쪽 나라 호주에서 이곳까지 날아와 학교 근처의 해안 모래땅에 둥지를 튼다.
여기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 제비갈매기들은 다시 남쪽으로 돌아간다. 제비갈매기도 해마다 줄어들다가 이즈음해안의 자연력이 점차 회복되면서 불어나고 있다고 한다. 붉은 바다거북도 제비갈매기도 모두 우리 마을의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친절하게 보살펴줍시다. 동물 보호구역 담당자의 말씀이 바닷바람 속에 다정한 메아리가 되었다.
첫여름 햇빛이 기분 좋게 뺨에 와 닿았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에 의해 자연은 파괴되고 생명들 이하나 둘 죽어간다. 이 해안을 의지하며 깃들어 살고 있는 우리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고자 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자.
청소 활동
바닷가에 떨어진 쓰레기며 비널 나부랭이를 수집하는 청소 활동을 끝으로 첫날의 이동 교실을 마쳤다. 둘째 날은 식사 당번이라 카레라이스 요리를 했다. 노상 장난만 치던 아이가 한 시간 넘도록 조신하게 불 당번을 맡기도 하고, 남녀 학생이 한 조가 된 그룹일수록 작업이 부드럽고 신속하게 진행되는 등, 보통 수업 시간에는 웬만해서 알아챌 수 없는 모습들을 읽을 수 있었다.
나와 학생들은 이제 알게 된 지 한 달밖에 안 되어 서로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에 비하면 학생들끼리는 같은 지역에 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6년 이상을 같은 학교에 다녔으니 서로를 훤히 잘 알고 지내는 편이었다. 그들 속으로 내가 조금씩 섞여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스물네 팀으로 나누어 요리한 카레라이스. 선생님, 드세요 반갑게 받아 들어 한 입 먹어보니, 당근이 설익었네.
후추가 덜퍽 쏟아졌어요. 어휴, 후추 카레라이스까지! 참으로 다양한 카레라이스들을 들고 내게로 달려왔다. 카레라이스 요리 행사를 통해 나와 학생들의 마음이 성큼 가까워진 느낌이다. 마지막 날은 워크 랠리(walk rally : 정해진 코스를 따라 중간중간의 체크 포인트에 있는 문제를 풀면서 마지막 지점까지 걸어가는 경기. 걷는 스포츠의 일종) 형식으로 마을의 사적들을 견학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살고 있는 마이사카는 도카이도 고쥬산츠기 (일본 에도 시대에 현재 의도 쿄 잇폰 바시에서 교토 산초 오바시에 이르는도 카이도 길목의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있던 53개소의 숙역)의 서른 번째 숙박지로 이름을 날렸던 역사를 가졌다. 덕분에 수많은 귀중한 사적들이 현재까지도 남아 있다.
고향의 역사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다시금 고향의 역사를 찾아 걸어보자는 행사였다. 에도 시대, 마이사카에서 서쪽으로 바로 이웃에 자리 잡은 아라이 세키쇼 역까지 여행자들은 배로 드나들었다. 그 도선 소 자리며 관리들이 숙박하던 여관까지 당시의 거리 모습 그대로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다. 특히 자랑할 것은 소나무 가로수 길. 읍 동쪽 변두리에 도카이도 소나무 가로수 길이 이어지는데, 전국적으로도 이만큼 완벽하게 보존된 가로수 길은 드물다고 한다.
학생들은 거리의 사적을 자신들의 발로 차레차례 답사 한끝에 마지박으로 이 소나무 가로수 길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확인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누가 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까 한 사람 한 사람 말을 통해 확인한 뒤에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아이들은 사흘 동안 학교 교실에서와는 달리 자유롭게 움직였다. 학생들의 생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흐뭇하고 즐거웠지만, 나로서는 아이들과 어떤 식으로 관련을 맺어가야 할지 당황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카레라이스 요리를 할 때 내가 눈으로 보지 못했을 뿐 사실은 불을 사용하다 위험한 장난을 친 학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런 학생들의 행동을 어떻게 점검해야할 것인가. 2학년이 되면 야외 활동도 있고, 3학년 때는 수학여행도 가게 된다. 그럴 때 내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미리 연구해둬야겠다. 그저 곁에 함께 있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아도 지켜봐 주는 선생님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유용한정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영은 나의 자기 표현 (0) | 2022.06.18 |
---|---|
지금은 수영 선수가 아니라 코치 (0) | 2022.06.18 |
지도력이 부족하다 (0) | 2022.06.17 |
내 뒷모습에서 무언가 느껴주기를 (0) | 2022.06.17 |
계속하면 큰 힘이 될거야. (0) | 2022.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