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된 지 두 달. 요즘 가와이 준이치라는, 제법 알려진 수영 선수 캐릭터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부족함을 느낀다. 나는 지도력이 부족하다! 교실이나 복도에서 마구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화장실 문이 그냥 부서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 껌 종이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요즘 남학생들의 예절이 그런 식으로 문란 해질 조짐을 보인다.
지도력이 부족하다.
수업 중에 나 몰래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다니! 나카무라선생님이 그 학생들을 찾아내어 혼내주기는 하셨지만, 나로서는 정말 천만뜻밖이었다. 학교 생활에 조금 익숙해졌는지 1학년생들 사이에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지도력 있는 학생이 학급의 선두에 서서 다른 아이들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길러내고 싶은데.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무력감까지 밀려온다. 이전에 하던 지식 주입형 수업이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의 수업은 문제 해결적인 학습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내용을 외우라고 강요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홍미를 이끌어내는 지도 방법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시대의 차이를 가르칠 경우에 <수렵 채집에서 농경 목축으로 바뀌었다>는 식의 주입적인 교수 방법은 더 이상 쓸 수 없다 "동물을 사냥하거나 나무 열매 같은 것을 따먹으며 사는 생활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것이 될 수 없겠지?" "만약 사냥감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날은 모두 쫄쫄 굶어야 할 테니까 말이야. 자, 그렇다면 고대인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불안정한 생활을 보다 안정적인 생활로 발전시켜 나갔을까?" 그런 식으로 질문을 던져 학생들에게서 직접 먹을 걸 만들어냈을 것이다는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가축을 기르면 된다, 밭을 일구면 된다는 대답이 나오면 그때 비로소 그렇지! 그런 생활을 사회과에서는 농경 목축의 시대라고 한다고 가르친다.
무슨 유도 심문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게 이런 문제 해결적인 수업의 핵심인데 나는 그걸 멋지게 해내지 못한다. 자꾸만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사고력을 막아버리기도 하고, 거꾸로 너무 유치한 말을 늘어놓아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면 점점 수업 분위기가 깨지는 것이다. 정말 남을 가르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교사가 확신할 수 없는 부분
본래 사회과는 가르치는 내용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교사로서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아서 헤매는 경우가많다.
이집트 문명의 시작은 기원전 3천 년 경이라는 게 진실인지 아닌지, 교사도 확실하게 모르면서 그냥 시험에 나오니까 꼭 외우라고 가르치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나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면 더욱더 어려운 말로 설명하려 든다. 반성, 반성하자! 내일부터 제대로 된 수업을 하자면 교재 연구가 절실하다. 공업 생산량을 나타낸 도표 부분에서 많은 학생들이 알아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도표를 읽을 때는 설명은 간단하게 하는 편이 좋겠다.
드디어 우리의 사회과 공부는 역사 학습으로 들어간다. 인류의 탄생과 그 생활, 문명의 발생, 4대 문명으로 이어지는 역사 공부의 첫걸음. 외우는 역사가 아니라 조사하고 연구하고, 그래서 각자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역사공부가 되기를. 그러나 머리로는 그렇게 가르치자고 다짐하면서도 실제 수업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실로 어렵다. 어떻든 내 역사 수업은 여러 가지 입장의 역사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올바른 역사관을 소중하게 길러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입장에서 다시 한번 교재를 연구해보자.
첫 번째 역사 시간에는 역사 공부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학생들과 한 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했다. 나는 물론 그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너희들에게는 인류가 이제까지 쌓아온 문화와 전통의 계승자라는 소중한 역할이 있다고 뒤를 받쳐주었다.
왜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학생들이 항상 그러한 의구심을 갖는 마음을 소중하게 길러나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확실한 지도력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수업 이외에 오늘은 피난 훈련이 있었다. 지진과 해일에 대비하는 훈련이었다. 마 이사카는 바다와 맞닿은 지역이기 때문에 지진과 해일에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1498년의 대지진 때, 담수호였던 하마나코는 육지의 일부가 갈라지면서 바다와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 당시 해일이 밀려들어 마 이사카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나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도카이 지방에서 당장 내일이라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 해변의 거주자들은 항상 완벽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나는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리기만 했다.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갑작스러운 지진이나 해일. 그럴 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도력을 기르자고 말은 거창하게 해 보지만, 비상시에 내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나. 한편으론 한심한 생각이 절절하게 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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